[영화리뷰] 이와이 순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어느 시대, 탄탄하게 뿌리를 내린 일본의 경제는 '엔(¥)'의 전성을 구가한다. 주변국 국민들은 하나, 둘 자신의 경제적 성공을 꿈꾸며 이 기회의 땅으로 모여든다. 이들은 스스로 '엔타운(円都)'이라 명명한 도시 외곽에 모여 근근이 생활을 영위한다. 반면 일본인들은 이 마땅찮은 이들을 '엔타운(円盜)'이라 애써 폄하한다.

이 영화는 도시를 지향하며 꿈과 희망을 저당 잡힌 '엔타운'들의 호흡을 통해 현대사회 가치 지향의 무게 추에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영화 시작부에 카메라는 화려한 도시의 전경을 비추는가 싶더니 감독의 이름이 등장할 때쯤에 이르자 어느새 어둡고 습한 '엔타운'의 거리로 이동해 있다. 그리고 서성인다.

소녀, 삶을 가늠해보는 '메틸오렌지'
멀미가 날 정도의 빠른 카메라 워크는 영화의 주인공인 이름 없는 소녀(아게하)를 발견하면서 잠시 안정을 찾아간다. 14살의 소녀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유곽을 향해 다시 걸음을 이어간다.
'유곽'이나 '성' 따위의 말초적 단어의 의미 자체를 모르는 소녀는 그저 엔타운의 생경한 풍경이 신기할 따름이다. 결국 소녀의 이러한 순진무구는 포주와 거래를 끝내고 돌아서던 그리코의 마음을 되돌리는 계기로 작용한다.
분명 '엔타운'은 기숙학원처럼 꿈과 희망을 저당하고 목표, 즉 경제적 안정을 꾀한 후 회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이곳에서 벌이는 범죄와 드물지 않게 당하는 인간적 수치와 모멸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에서 그리코의 이러한 행동은 아주 특별한 경우.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동거는 그리코와 '아리조나'라는 고물상을 운영하는 친구들에게 신선한 청량제로 작용한다. 그리코는 가슴에 새겨진 나비 문신에 호감을 보이는 소녀에게 나비라는 의미의 '아게하'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아게하의 가슴에 사인펜으로 애벌레를 그려준다.
이어 그리코는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나비 문신은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꿈과 희망에 대한 조시(弔詩)라 말하고, 그리코의 애벌레가 훌륭한 나비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이렇듯 어둡고, 습한 현실 무대에서 소녀 아게하는 생존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구축한 삶의 질곡 그 이면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한편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들은 정말 행복했을까?
월요일 아침 신문에 실린 로또 당첨 번호를 보면서 하는 상상. 만약 지난주에 우연히 이 번호 6개를 로또 복권에 기입했었더라면….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밀려오는 직장 상사에게 사표를 쓰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주일 배낭여행을 떠나는 꿈 혹은 그림자처럼 지겹게 따라다니던 은행 대출금을 청산하는 통쾌함 등등. 행복 이외의 것이 들어올 틈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하지만 어느덧 지하철이 목적지에 다다를 때면 어김없이 스치는 생각 하나. 정말 그럴까?
이 영화는 그 질문에 고개를 내젓는다. 우연히 엔화를 위조할 수 있는 마그네틱 필름을 손에 넣게 된 그리코와 아리조나에서 일하는 친구들. 이들은 필름을 이용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뽑아낸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삶을 찾아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카메라는 이 중에서 그리코와 그녀의 애인 '페이홍'의 삶을 추출해서 담아낸다. 노래를 잘하는 그리코를 위해 극장을 차리는 페이홍. 그리고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이제 됐다 싶은 순간 삶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제시하고, 길을 막아선다.
문제는 이렇다. 어느 날 유명 음반사의 기획자가 찾아오고, 그리코의 앨범을 내주는 대신 '페이홍'과의 결별을 요구한다. 결국 음반사는 이를 거부하는 페이홍을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당국에 고발 감금시키고 만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거둔 그리코의 놀라운 성공.
한편 아게하는 이런 변화에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등을 돌리고 '엔타운'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질퍽한 골목의 황망한 풍경들을 찾아 나서고, 엔타운에서 유행하는 마약을 직접 맞아보기도 하는 등 자신의 또 다른 고향에 대해서 진지한 탐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엔타운의 무허가 진료소에서 자신의 가슴에 그리코의 그것과 같은 진짜 나비 문신을 새겨 넣는다.

구치소에 수감된 페이홍, 사회가 공인한 '성공'의 반열에 올라선 이후 자신의 과거가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는 그리코. 그리고 누구나 벗어나기를 희망하는 엔타운으로 돌아와 그곳에서의 삶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비 문신이라는 상징을 통해 일련의 감정을 표출하는 아게하. 이 세 인물들의 족적은 영화가 무르익어 가면서 '삶의 방법 혹은 과정의 가치'라는 명제로 결실을 맺게 된다.
영화는 방법론으로서의 삶과 관련된 무수한 질문들을 쏟아 냈다. 사실 우리는 어느 정도 사회가 던져준 공식에 길들여져 왔고, 의문을 갖기보다는 수용하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한 번쯤 획일화된 갑옷을 벗고 자신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도 필요하지 싶다. 영화에서처럼 소유와 성취가 삶의 끝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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